시민개발자 2.0은 AI 에이전트를 만든다

공픈클로 AX 시리즈 2/4 · low-code 시대의 시민개발자는 생성형 AI 시대에 자기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현업 빌더로 확장되고 있다.

한동안 ‘시민개발자’라는 말은 low-code나 no-code와 거의 같은 뜻으로 쓰였다. IT 부서가 아니어도 현업이 간단한 앱이나 자동화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상상, 바로 그 가능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흐름 자체는 분명 중요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금, 시민개발자라는 개념은 한 단계 더 넘어가고 있다.

이제 현업은 앱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것을 시민개발자 2.0이라고 부르고 싶다.

왜 이렇게 보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앱 제작은 여전히 화면 설계, 데이터 연결, 권한 관리 같은 요소를 이해해야 했다. 물론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그래도 진입 장벽이 있었다. 반면 AI 에이전트 기반 도구는 훨씬 빠르게 업무 현장에 스며든다. 문서 몇 개를 붙이고, 역할을 정의하고, 원하는 출력 형식을 지정하면 현업은 곧바로 자기 업무에 맞는 보조자를 만들 수 있다.

모더나는 이 전환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OpenAI 고객 사례에 따르면, 모더나는 ChatGPT Enterprise 도입 두 달 만에 회사 안에서 750개의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주간 활성 사용자 중 40%가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사용량 지표가 아니다. 도구를 쓰는 사람과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예전의 시민개발자는 주로 업무 자동화나 내부 앱 제작을 담당했다. 가령 승인 프로세스 앱을 만들거나, 보고 현황판을 만들거나, 간단한 양식 입력 시스템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시민개발자 2.0은 더 미세하다. 계약서를 요약하는 AI 에이전트, 임상 데이터의 핵심 패턴을 잡아주는 AI 에이전트, 내부 정책을 찾아주는 AI 에이전트,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문장을 다듬어 주는 AI 에이전트처럼, 업무 단위 자체를 쪼개어 작은 지능형 도구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차이는 꽤 크다. 시민개발자 1.0이 업무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시민개발자 2.0은 업무 판단과 문서 흐름을 보조하는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전자는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데 강했고, 후자는 사고와 해석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강하다.

그래서 생성형 AI 시대의 시민개발자는 더 넓고 더 가볍다. 더 넓다는 것은 법무, 인사, 정책, 홍보, 연구, 민원처럼 거의 모든 기능이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더 가볍다는 것은 도구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훨씬 낮아졌다는 뜻이다. 작은 문제 하나를 잡아도, 작은 AI 에이전트 하나로 바로 실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해도 있다. 생성형 AI가 쉬워졌다고 해서 아무나 무질서하게 만들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시민개발자 2.0 시대에는 거버넌스가 더 중요해진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답하는지, 누가 검토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자동화하고 어느 지점에서 사람이 개입하는지, 이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 만들기 쉬워질수록 통제 구조는 더 섬세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현업이 직접 만든다와 조직이 그걸 운영 가능하게 만든다가 동시에 가야 한다는 점이다. 모더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단순히 도구를 풀어놓지 않았다. 교육, 오피스아워, 챔피언 그룹, 프롬프트 콘테스트 같은 확산 장치를 함께 설계했다. 시민개발자 2.0은 개인의 재능 문제를 넘어, 조직이 빌더를 양산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뜻이다.

공공부문에서도 이 프레임은 꽤 유효하다. 예전의 정보화 사업은 대체로 큰 시스템을 전제로 움직였다. 그러나 실제 실무를 보면, 많은 문제는 그렇게 크지 않다. 법령 비교 초안, 국회 질의 대응 구조화, 민원 답변 초안, 회의자료 요약, 보도자료 쟁점 정리 같은 일은 현업이 자기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훨씬 빨리 개선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시민개발자라는 표현은 공공에 그대로 붙이면 조금 어색할 수 있다. 공공조직에서는 실무자형 에이전트 빌더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핵심은 이름보다 구조에 있다.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도구 설계의 전면으로 나오는 순간, AX의 속도는 달라진다.

결국 시민개발자 2.0의 본질은 기술 민주화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업무 재설계권의 민주화다. 앱 제작 기술의 개방을 넘어, 현업이 자기 업무 방식 자체를 다시 써 볼 권한을 얻게 된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왜 많은 조직에서 AX가 생각보다 느리게 퍼지는지, 그리고 그 병목이 사실 개발자 중심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