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은 끝났다. 이제는 제작권이다

공픈클로 AX 시리즈 1/4 · SKT와 모더나 사례가 보여주는 진짜 차이는 현업이 자기 업무용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느냐다.

AI를 도입했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니다. 거의 모든 조직이 ChatGPT나 Copilot을 시험해 봤고, 대기업들은 사내 챗봇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그런데도 어떤 조직은 AI 이야기를 한참 해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어떤 조직은 몇 달 만에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뀐 것처럼 보인다.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내가 보기에 갈림길은 하나다. AI를 쓰는 조직에 머무르느냐, 아니면 에이전트를 만드는 조직으로 넘어가느냐이다.

최근 SKT의 ‘1인 1 AI 에이전트’ 구상과 모더나의 생성형 AI 확산 사례는 이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둘 다 전사적 AI 도입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짜 포인트는 단순한 사용이 아니다. 현업이 자기 업무용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었느냐, 그리고 조직이 그 제작권을 실제로 열어주었느냐가 핵심이다.

모더나는 특히 상징적이다. OpenAI 고객 사례에 따르면 모더나는 2023년 초부터 OpenAI와 협업했고, ChatGPT Enterprise를 수천 명 직원에게 배포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이전에 이미 내부 AI 도구인 mChat으로 직원 80% 이상 채택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라이선스를 배포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고, 사람들이 실제로 AI를 일상 업무에 붙잡게 만드는 기반부터 깔았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OpenAI 사례에 따르면 ChatGPT Enterprise 도입 두 달 만에 모더나 안에서 750개의 맞춤형 AI 에이전트가 만들어졌고, 주간 활성 사용자 중 40%가 직접 이를 만들었다. 평균 사용자당 주 120회의 대화도 나왔다. 이 숫자는 사용량 자체보다 역할 변화에 더 가깝다. 현업이 이제 소비자이면서 제작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조직의 위계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IT 부서가 시스템을 만들고, 현업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시민개발자 담론이 등장하면서 현업이 간단한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이 조금씩 퍼졌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이 문턱을 더 낮췄다. 이제 사람들은 간단한 자동화 앱을 넘어, 계약 요약용 AI 에이전트, 정책 안내용 AI 에이전트, 임상 데이터 분석 보조 AI 에이전트처럼 자기 업무 맥락에 딱 맞는 작은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도입’이라는 말은 너무 약하다. 진짜 변화는 제작권에서 나온다. 직원들이 AI를 쓰는 것과 자기 업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자는 도구를 하나 더 받은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업무 운영체계를 바꾸기 시작한 상태에 가깝다.

SKT의 1인 1 AI 에이전트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많은 조직은 전 직원에게 AI를 지급하겠다는 단계에서 멈춘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그 다음이다. 그 AI는 결국 회사가 배포한 하나의 챗봇인가, 아니면 각자가 자신의 업무 흐름에 맞게 다르게 길들일 수 있는 에이전트인가. 전사 도입의 성패는 바로 여기서 갈린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력은 모델 자체가 아니다. 더 좋은 모델을 먼저 도입했느냐보다, 누가 현업에게 에이전트 제작권을 줬느냐가 더 중요하다. 좋은 모델을 사 와도 현업이 요청자에 머물면 혁신은 느리다. 반대로 모델이 완벽하지 않아도 현업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AI 에이전트와 자동화를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생산성은 훨씬 빠르게 올라간다.

이걸 공공부문으로 가져오면 더 흥미롭다. 공공조직은 늘 시스템 구축을 발주형으로 생각해 왔다. 업무 개선이 필요하면 정보화 사업을 따로 기획하고, 개발을 맡기고, 몇 달 혹은 몇 년 뒤에 결과를 받는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다른 길을 열어준다. 민원 답변 초안, 법령 비교, 보고서 구조화, 회의자료 정리, 정책 질의 응답 같은 수많은 업무는 현업이 직접 자기만의 보조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물론 공공은 민간처럼 아무 도구나 자유롭게 붙일 수 없다. 감사 가능성, 출처 관리, 검토 책임, 보안 통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제약은 현업이 만들면 안 된다는 이유가 아니라, 현업이 만들어도 검증 가능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일 뿐이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조직은 AI를 쓰는 조직인가, 아니면 에이전트를 만드는 조직인가.

앞으로의 AX는 도입률 경쟁이 아니라 제작권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먼저 앞서가는 곳은 아마도 거대한 중앙 시스템을 하나 더 도입한 조직이 아니라, 현업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신 업무를 다시 짜 보라고 말한 조직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시민개발자 1.0이 low-code 앱 제작자였다면, 시민개발자 2.0은 왜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사람인지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