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정부는 롱테일을 다룰 수 있게 된다
롱테일 경제학이 디지털 시장의 구조를 바꿨다면, 롱테일행정학은 AI 시대 정부의 역할을 다시 쓰게 만들 것이다.
수도권 부동산에는 늘 많은 관심이 몰린다. 거래량이 많고, 이용자도 많고, 광고와 중개 수익도 붙는다. 민간 플랫폼이 그쪽으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플랫폼 기업은 많은 사용자가 모이는 곳에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보도, 인터페이스도, 서비스 혁신도 이미 관심이 집중된 영역에 먼저 쌓인다.
반대로 인구감소지역은 다르다. 거래량은 적고, 사용자는 흩어져 있고, 정보는 파편화되어 있다. 정책적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지만,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로 만들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반복적으로 찾지 않고, 광고나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요한데도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이 생긴다. 나는 이 지점을 보며, 이제 행정학도 롱테일이라는 개념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롱테일 경제학은 디지털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제한된 진열 공간과 높은 유통비용 때문에 소수의 히트상품이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기 쉬웠다.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진열비용이 거의 사라지고, 검색과 추천이 쉬워지고, 재고 부담이 줄어들자, 예전 같으면 시장에서 충분히 주목받기 어려웠던 수많은 틈새 상품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인기 상품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던 다수의 소규모 수요가 하나의 중요한 시장을 이룬다는 생각이다.
나는 AI 시대의 행정도 비슷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고 본다. 과거의 행정은 다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표준 수요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자주 발생하는 민원, 반복 가능한 행정 절차,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우선이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행정은 형평성과 표준성이 중요하고,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언제나 평균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는 드물지만 절박한 문제, 여러 제도가 겹쳐 있는 복합 민원,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수요, 제도는 있지만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영역이 수없이 많다. 이런 문제들은 건수는 적지만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것을 다루는 비용이 너무 컸다.
AI가 바꾸는 것은 바로 이 비용 구조다. 정보를 찾는 비용, 흩어진 제도를 연결하는 비용, 복잡한 내용을 설명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비용, 작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 변화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에만 있지 않다. 예전에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만들기 어려웠던 공공형 서비스가 이제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는 데 더 가깝다.
다시 말해, 다수의 수요만이 아니라 소수의 수요, 중심 시장만이 아니라 변두리 수요, 곧 행정의 롱테일까지 다룰 수 있는 조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든 인구감소지역 부동산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작은 실험이다. 이 서비스는 인구감소지역과 인구감소관심지역의 법적 특례, 정책적 의미, 그리고 실제 부동산 거래 데이터를 함께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이 지역이 정책적으로 중요한지, 어떤 특례가 붙는지, 어떤 제도가 함께 작동하는지를 먼저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큰 관심을 끌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공공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먼저 조명되어야 할 영역일 수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나는 롱테일행정학이라는 관점을 떠올린다. 롱테일행정학이란 다수의 평균적 수요만을 행정의 중심으로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고 드물지만 넓게 흩어져 있는 공공수요까지 행정의 본래 대상에 포함시키는 관점이다.
그리고 AI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조건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너무 비싸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문제, 너무 작아서 서비스화하기 어려웠던 영역, 너무 흩어져 있어서 포착하기 어려웠던 수요가 이제는 다시 공공의 시야에 들어올 수 있다.
앞으로의 행정 경쟁력은 더 큰 시스템을 하나 더 만드는 데만 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비용이 너무 커서 다루지 못했던 작은 수요를 어떻게 포착하고, 연결하고, 설명하고, 서비스로 바꿔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롱테일 경제학이 디지털 시장의 구조를 바꾸었다면, 롱테일행정학은 AI 시대 정부의 역할을 다시 쓰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공공의 미래는 중심을 더 잘 관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잘 보이지 않던 꼬리까지 끝내 시야에 넣는 데서 비로소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