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빈부격차, 정부는 신청주의를 넘어야 한다

좋은 AI 에이전트를 가진 사람은 복잡한 정부 정보를 더 빨리 해석하고 더 정확하게 신청할 수 있다. 신청주의가 유지되는 한, AI 시대의 빈부격차는 행정 접근의 격차로 증폭될 수 있다.

AI를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생산성과 혁신에 집중돼 있다. 누가 더 빨리 도입하는지, 어떤 기업이 더 잘 활용하는지, 어떤 조직이 더 높은 효율을 내는지가 중심에 놓인다. 하지만 이 변화에는 다른 얼굴도 있다. AI가 사람의 사고와 실행을 돕는 실질적 인프라가 될수록, 빈부격차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예전에는 돈이 더 좋은 집, 더 좋은 교육, 더 좋은 의료, 더 많은 정보 접근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거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더 강한 인공지능 에이전트에 대한 접근권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더 좋은 모델을 구독하고, 여러 도구를 조합하고, 자신의 일과 학습과 창업과 투자, 심지어 행정 처리까지 AI 보조를 붙일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료 버전의 제한된 기능에 머물거나, 아예 안정적인 활용 환경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편의 차이가 아니다. 문제를 이해하는 속도의 차이이고, 시행착오 비용의 차이이며, 기회를 붙잡는 능력의 차이다. 결국 빈부격차는 단순한 소득 차이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의 차이처럼 보이는 격차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복지, 지원사업, 세제 혜택, 창업 지원, 고용 지원, 주거 지원, 각종 인허가와 신고 절차까지, 형식적으로 보면 정보는 넘쳐난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는 공개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그 정보가 너무 복잡하고 난잡한 형식으로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법령, 시행령, 시행규칙, 지침, 공고문, 보도자료, FAQ, 부처별 안내문, 별지서식이 서로 다른 언어와 구조로 흩어져 있다. 실제로는 무엇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서류를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 한 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즉 시민은 단순히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행정 언어를 실제 행동지침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지금까지는 상당 부분 법률가, 노무사, 세무사, 행정 실무자 같은 전문 중개자들이 이 해석 노동을 맡아 왔다. 정부 정보는 공개돼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 신청 가능한 지식으로 바꾸는 일은 여전히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셈이다.

AI 에이전트는 바로 이 중개 기능 일부를 대체하거나 보조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에이전트는 단순히 검색만 하지 않는다. 복잡한 정부 정보를 읽고, 제도 간 차이를 비교하고, 자기 상황에 맞는 기준을 추려내고,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정리해 줄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의 복잡한 언어를 시민의 행동 언어로 번역하는 보조자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도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더 좋은 AI 에이전트를 써서 자기에게 해당하는 제도를 찾고, 요건을 비교하고, 필요한 서류를 정리하고, 신청 시점을 놓치지 않고, 복잡한 문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도를 실제 혜택으로 바꿀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정보가 있는지도 모르고, 알아도 복잡해서 포기하고, 신청 요건을 오해하고, 시기를 놓치고, 서류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불평등은 단순한 정보격차가 아니다. 그것은 해석격차이고, 결국 신청격차다.

행정의 많은 영역은 여전히 신청주의 위에 서 있다. 형식적으로는 공정하다.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기준도 공개돼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신청주의는 늘 이런 질문에 의해 좌우돼 왔다. 누가 제도를 먼저 아는가. 누가 자기 해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가. 누가 복잡한 요건을 이해하는가. 누가 문서를 준비할 시간과 역량이 있는가. 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신청을 마칠 수 있는가.

즉 신청주의는 처음부터 아는 사람, 준비할 수 있는 사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했다.

AI 시대에는 이 구조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좋은 에이전트를 가진 사람은 정부가 제공하거나 공개한 정보를 훨씬 더 쉽게 읽고, 자기 상황과 연결하고, 신청 경로를 설계하고, 누락 없이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청주의와 에이전트 격차가 결합하면 행정 접근의 불평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때 정부가 “정보는 공개돼 있다”고만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중립인 척하면서, 더 좋은 해석 도구를 살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행정 접근권을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이 나온다. AI 시대에 신청주의를 그대로 두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그것은 더 좋은 에이전트를 살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 접근권을 주는 방식으로 불평등을 방치하는 일에 가깝다.

따라서 정부의 과제는 단순히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신청주의 그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책 언어로 바꾸면, 신청자 책임 중심 행정에서 자격기반 선제 행정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시민이 알아서 찾아보고, 알아서 비교하고, 알아서 신청하고, 알아서 누락 없이 제출해야 하는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당신은 이 지원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신청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 이미 제출된 자료로 여기까지는 자동 처리할 수 있다, 추가로 필요한 정보는 이것뿐이다 같은 방식으로 행정이 먼저 다가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공픈클로의 의미가 선명해진다.

공픈클로는 단순히 정부 업무에 AI를 붙이는 도구가 아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정부가 자기 목적에 맞는 에이전트 레이어를 가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민간 유료 AI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국민의 문제 해결 능력, 제도 활용 능력, 행정 접근성이 결국 시장 가격과 구독 조건에 좌우될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 맥락, 반복 패턴, 신청 실패 지점 같은 중요한 로그도 정부 바깥에 더 많이 축적될 수 있다.

반면 공픈클로 같은 정부형 에이전트 레이어는 다르게 설계될 수 있다. 모델은 필요에 따라 교체 가능하게 두고, 인터페이스는 공공 목적에 맞게 설계하고, 복잡한 정부 정보를 시민의 행동지침으로 번역하고, 행정 맥락과 반복 질의를 정부 안에서 축적하고, 국민에게는 기본적인 문제해결 보조를 공공서비스처럼 제공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공픈클로는 단순한 민원 챗봇이 아니라, 복잡한 정부 정보를 해석하고, 신청 부담을 줄이고, 신청주의가 만든 격차를 완화하는 공공형 해석 레이어가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에이전트 기술이다.

좋은 내부 에이전트는 단순히 공무원의 문서작업을 빠르게 해 주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대상자 추정, 사각지대 탐지, 반복 민원 유형 분석, 자주 놓치는 신청군 발견, 선제 안내 후보 도출, 복잡한 제도 요건의 구조화 같은 기능을 통해 정부는 “누가 신청했는가”만 보는 행정에서 벗어나 “누가 신청하지 못했는가”를 볼 수 있게 된다.

이건 매우 큰 차이다. 불평등은 대개 제도를 악용하는 데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격이 있어도 신청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하지 못하는 데서 더 크게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내부 에이전트 기술은 단순 업무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신청주의가 만들어내는 누락과 배제를 줄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단순 정보 공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그 정보를 해석 가능한 구조로 바꿔야 하며, 국민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형 해석 에이전트를 제공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청주의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핵심은 공개가 아니라 해석 가능성, 그리고 해석을 넘어 실제 수혜 가능성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공공 AI 정책은 산업정책만이 아니다. 그것은 불평등정책이며, 행정개혁이며, 복지 접근성 정책이기도 하다.

AI 시대의 빈부격차는 더 이상 단순한 소득 차이로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더 좋은 에이전트를 가진 사람이 정부의 복잡한 정보를 더 잘 해석하고, 더 빨리 신청하고, 더 정확하게 수혜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공개된 정보 앞에서도 여전히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정보를 공개했는가가 아니라, 국민이 그 정보를 실제로 자기 권리와 혜택으로 바꿀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려면 정부는 신청주의를 그대로 둔 채 AI를 얹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자기 에이전트 레이어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효율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신청주의가 증폭시키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AI를 누가 더 잘 쓰느냐가 아니라, 국민 누구에게 어떤 수준의 공공형 해석과 신청 보조를 보장할 것인가.

나는 그 질문이 앞으로 정부 AI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