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의 핵심은 지금 하는 일을 쪼개는 것이다

AX는 거대한 AI를 한 번에 들여오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을 packet과 workflow 단위로 다시 쓰고, approval boundary를 분명히 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됩니다.

회의가 끝나면 진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누군가는 발언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결정사항을 추리고, 누군가는 할 일을 적고, 누군가는 후속 메일을 보내고, 누군가는 일정을 다시 잡습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이것을 그냥 “회의 정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격이 다른 작은 일들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AX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AX를 이야기할 때 자꾸 큰 그림부터 떠올립니다. AI가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요약하고, 메일을 읽고, 업무를 연결하고, 조직 전체를 알아서 돌리는 미래를 먼저 상상합니다. 물론 그런 그림도 중요합니다. 다만 실제로 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은 훨씬 작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는 순간, 그때 비로소 AX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업무는 처음부터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회의는 하나의 일이 아니라 발언 요약, 결정사항 정리, 담당자 지정, 후속 일정 확인, 메일 발송으로 나뉩니다. 메일함 정리도 하나의 일이 아니라 분류, 우선순위 판단, 답장 초안, 일정 반영, 에스컬레이션 판단으로 나뉩니다. 보고서 작성도 배경 수집, 근거 확인, 선택지 정리, 문장 초안, 검토, 승인으로 나뉩니다. 법안 검토 역시 원문 확인, 핵심 쟁점 추출, 현행 법률 비교, 유사 사례 확인, 보고 문장 정리라는 서로 다른 단계의 묶음입니다.

이걸 쪼개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무엇을 자동화해야 하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은 사람이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하는지도 흐려집니다. 어디서 시간이 새는지, 어느 부분이 병목인지, 어디서 오류가 자주 나는지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일을 분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AI를 붙이면, 잘 정리되지 않은 혼란을 더 빠르게 돌리는 결과가 나오기 쉽습니다.

반대로 일을 쪼개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입력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중간에 어떤 판단이 들어가는지 보입니다. 산출물이 무엇인지도 분명해집니다. 무엇은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고, 무엇은 추천까지만 가능하며, 무엇은 사람이 승인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packet, workflow, agent, approval boundary 같은 말이 비로소 현실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packet이 보여야 workflow가 설계됩니다

저는 여기서 packet이라는 단어가 꽤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직이 하는 일을 packet처럼 다룰 수 있게 되면, AI는 막연한 비서가 아니라 특정 조각을 처리하는 작업 주체가 됩니다. 회의 packet, 민원 packet, 보고 packet, 법안 검토 packet처럼 단위를 쪼갤 수 있고, 각 packet마다 입력, 처리 규칙, 출력, 승인자를 붙일 수 있습니다. 이 구조가 잡히면 workflow를 설계할 수 있고, workflow가 보이면 에이전트를 붙일 수 있습니다.

결국 AX는 모델을 먼저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조직이 하고 있는 일을 기계가 다룰 수 있는 단위로 다시 쓰는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공공 AX에서는 approval boundary가 더 중요합니다

이 점은 공공 부문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공공 업무는 속도만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책임성과 검토 가능성, 승인 경계, 기록 가능성이 함께 중요합니다. 그래서 공공 AX는 거대한 자율 에이전트를 한 번에 들여오는 방식보다, 현재 업무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중 반복적이고 구조화 가능한 부분부터 기계가 맡게 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이렇게 해야 사람이 어디서 개입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지고, 조직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자동화가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 하나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보고서를 한 개의 산출물로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배경 자료를 모으는 단계가 있고, 선택지를 정리하는 단계가 있고, 현재안의 취약점을 검토하는 단계가 있고, 문장을 다듬는 단계가 있고, 마지막 승인 단계가 있습니다. 이 중 어떤 단계는 에이전트가 훨씬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단계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이 구분이 보여야 비로소 AI가 일을 덜어주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AX는 거대한 자동화보다 작업 분해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AX가 거대한 자동화보다, 이런 식의 작업 분해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AI 직원 한 명이 조직 전체를 대신하는 그림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게 나누고 그 조각마다 적절한 자동화와 검토를 붙이는 구조가 훨씬 강합니다. 결국 현실에서 힘을 가지는 것은 데이터를 모으는 packet, 비교하는 packet, 검토하는 packet, 보고용으로 정리하는 packet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AX를 기술 도입보다 먼저 번역 작업으로 봅니다.

사람의 일을, 조직의 일을, 제도의 일을 기계가 다룰 수 있는 구조로 다시 번역하는 일입니다. 그 번역이 정교할수록 자동화는 안전해지고, 검토는 쉬워지고, 조직은 더 가벼워집니다. 번역이 거칠면 AI는 조직을 돕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키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해상도입니다.

업무를 얼마나 정밀하게 쪼갰는지, 각 단계의 입력과 판단과 산출물과 승인 경계를 얼마나 분명하게 그렸는지가 실제 AX의 성패를 가릅니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모델을 쓸까”를 먼저 묻습니다. 저는 그보다 먼저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을 어디까지 쪼갰는가”를 묻는 편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X는 새로운 일을 발명하는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 하는 일을 더 작고 더 선명한 단위로 다시 쓰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그 구조가 보이는 순간부터, 사람은 방향과 승인에 집중할 수 있고, 에이전트는 반복적이고 구조화 가능한 조각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AX의 핵심이 결국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쪼개는 것.


다음 글에서는 왜 좋은 AI가 혼자 일하지 않고, 여러 도구와 사람과 packet 사이를 오가며 움직여야 하는지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