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AX의 핵심은 실무자형 에이전트 빌더다
공픈클로 AX 시리즈 4/4 · 공공은 시민개발자라는 말보다, 근거·검토·책임을 안고 작은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실무자형 빌더 모델로 가야 한다.
민간에서 시민개발자라는 말이 유행할 때, 공공부문은 조금 어색했다. 시민개발자라는 표현은 원래 비개발자인 현업이 low-code 도구로 앱을 만들 수 있다는 뜻에 가까웠다. 그런데 공공조직에 이 말을 그대로 옮겨오면 미묘한 불편함이 생긴다. 정부 안에서 실제로 필요한 인물상은 단순한 앱 제작자 수준을 넘어, 자기 업무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에이전트를 설계할 수 있는 실무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공 AX의 다음 단계는 시민개발자보다 실무자형 에이전트 빌더라는 말로 설명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왜 이런 표현이 필요할까. 첫째, 공공의 업무는 민간보다 훨씬 더 강하게 근거와 책임에 묶여 있다. 민원 답변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법령과 지침, 선례와 기관 해석을 확인해야 하고, 잘못된 답변이 나가면 행정 신뢰에 직접 타격을 준다. 따라서 공공조직에서 필요한 AI 도구는 그럴듯한 응답만 내놓는 챗봇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근거에서 어떤 형태로 답을 구성하는지 추적 가능한 보조도구여야 한다.
둘째, 공공 업무는 범용성보다 맥락성이 강하다. 부처별, 과별, 사무별로 사용하는 문서 형식과 판단 기준이 다르고, 같은 법령도 실제 적용 현장에서는 질문 방식이 달라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중앙에서 모든 걸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다. 오히려 실무자가 자기 업무 단위를 가장 잘 안다는 점을 활용해, 작은 에이전트를 스스로 만들고 고칠 수 있게 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셋째, 생성형 AI는 공공에 새로운 실험 단위를 열어 주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민원 답변 초안을 유형별로 정리해 주는 에이전트.
법령 신구조문과 해설 포인트를 나란히 정리해 주는 에이전트.
국회 질의 예상 쟁점과 답변 프레임을 구조화하는 에이전트.
회의 메모를 보고서 형식으로 바꿔 주는 에이전트.
보도자료·언론기사·정책자료를 묶어 이슈 브리프를 만드는 에이전트.
이런 도구는 거대한 정보화 사업이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들고, 어떤 자료를 근거로 쓰며, 어디서 사람이 검토하느냐다. 바로 이 때문에 공공에서 필요한 사람은 업무 흐름과 책임 구조를 이해한 실무자형 빌더다.
모더나 사례는 여기서 흥미로운 힌트를 준다. 그들은 AI 도입에 그치지 않고, 현업이 작은 AI 에이전트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열어 주었다. 계약 요약, 정책 안내, 데이터 분석, 커뮤니케이션 지원 등 수많은 업무 단위가 작은 도구로 쪼개졌다. 이것을 공공으로 번역하면, 부처 실무자가 자기 정책 분야에 맞는 작은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그림이 나온다.
물론 공공은 그대로 가져오면 안 된다. 민간은 빠르게 실험하고 실패해도 되지만, 공공은 감사를 견뎌야 하고, 출처와 검토 절차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공형 실무자 에이전트 빌더 모델은 최소한 네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 출처가 남아야 한다. 에이전트가 어떤 법령, 지침, 내부 문서를 근거로 답했는지 확인 가능해야 한다.
둘째, 검토 경계가 명확해야 한다. 어디까지는 자동 초안이고, 어디부터는 사람이 책임지고 수정·확정하는지 구분되어야 한다.
셋째, 업무 단위가 작아야 한다. 처음부터 만능 비서를 만들려 하면 실패한다. 민원 한 유형, 법령 비교 한 묶음, 보고서 한 형식처럼 작게 시작해야 한다.
넷째, 공통 플랫폼과 템플릿이 있어야 한다. 모든 실무자가 제각각 만들면 혼란만 커진다. 중앙은 표준 프롬프트, 보안 가이드, 검토 워크플로, 로그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공공 AX의 본질은 기술 구매에 머물지 않는다. 핵심 질문은 실무자가 안전하게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제도와 도구를 갖췄느냐에 있다. 공공조직은 오랫동안 시스템을 발주하는 데 익숙했지만, 앞으로는 실무자가 자기 업무를 직접 도구화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나는 여기서 공픈클로의 문제의식이 살아난다고 본다. 공공부문의 AX는 민간을 뒤따라가는 단순한 복제판으로 보기 어렵다. 공공의 책임성과 추적가능성을 전제로 한 다른 버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버전의 중심 인물은 실무자형 에이전트 빌더다. 중앙 IT 조직, 외부 컨설턴트, 만능 챗봇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질문은 꽤 분명해진다. 공공조직은 앞으로도 시스템을 발주만 할 것인가, 아니면 실무자에게 에이전트 제작권을 줄 것인가. 후자를 택하는 순간, 공공 AX는 훨씬 더 빠르고 실질적인 변화의 궤도에 올라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