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경영혁신AX실이 정부에 던지는 질문 ─ 공공 AX의 중앙 운영조직은 누구인가

LG전자가 400여 개 임원 조직을 대상으로 AI 전환(AX) 과제 수행 여부를 인사평가에 필수 반영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LG전자가 400여 개 임원 조직을 대상으로 AI 전환(AX) 과제 수행 여부를 인사평가에 필수 반영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부분의 해석은 “대기업이 임원 평가에 AI를 넣었다”는 외형에 머문다. 그러나 기사를 자세히 읽으면, 더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공공 AX에서 기술 도입 조직과 별도로 변화관리를 총괄하는 중앙 운영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은 오래된 고민이다. AI 시대에 정부혁신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AI 기술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와 정부 조직·혁신을 주관하는 부처가 공공 AX에서 어떻게 역할을 나눠야 하는지 ─ 이 질문에 대한 답의 단서가 이 기사 안에 있었다. 핵심은 평가에 AI를 넣은 것이 아니라, AI 과제를 접수·검증·조정·승인하는 중앙 운영조직을 만든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LG전자의 경영혁신AX실은 각 임원 조직이 제출한 AX 과제를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먼저 과제 검증 단계에서 각 임원이 제출한 과제에 대해 난이도·실행 가능성·기대 효과를 기준으로 1차 검증을 수행한다. 그 과제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품질·비용·납기·매출 등 지표로 측정 가능한지를 함께 따진다. 다음으로 지표 환산과 기준 정렬 단계에서 AI 전환 성과를 객관화된 지표로 환산하는 작업을 전담한다. 각 과제는 사전 설정된 KPI에 따라 수치로 환산되며, 조직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공통 기준이 적용된다. 과제 난이도와 기대 효과를 함께 반영해 평가 편차를 줄인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통과한 과제만 최종적으로 CEO 승인을 받아 임원 평가 항목으로 확정된다.

정리하면, 경영혁신AX실은 AI를 도입하라고 독려하는 부서가 아니다. 현업이 제출한 과제를 접수하고, 검증하고, 지표로 환산하고, 기준을 정렬하고, 경영진에 상정하는 중앙 운영조직, 즉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다. “AI를 도입했다”는 선언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성과와 연결된 과제만 인정하겠다는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이 조직의 본질이다.

이 구조를 정부에 대비하면, 대응축은 이미 존재한다. 「행정업무의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 제46조는 각 행정기관의 장이 혁신책임관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혁신책임관의 임무에는 혁신 과제 발굴 및 수행 총괄, 행정정보시스템 연계와 효율적 운영의 총괄 관리, 절차와 제도의 정비·개선, 다른 기관과의 협의·조정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정부에는 이 혁신 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조직이 이미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책임관은 대부분 기조실장이 겸임하지만, 실제로 혁신 과제를 선별하고 검증하며 기관 간 기준을 정렬하는 PMO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제도의 그릇은 있는데, 그 안에 담기는 내용과 운영 방식이 경영혁신AX실 수준의 실질적 거버넌스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제도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기존 제도의 운영 밀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혁신책임관이 제도상 공식 책임자라면, 혁신 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조직은 그 책임을 실무로 구현하는 사무국이다. 여기에 AX라는 과제 유형이 들어오면, 이 조직이 각 부처·실·국이 제출한 AX 과제를 접수하고, 검증하고, 기준을 정렬하고, 장관·차관 보고까지 연결하는 중앙 PMO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민간과 공공의 구조를 나란히 놓으면 대응 관계가 분명해진다. 제도적 책임자는 민간에서 CEO/CSO, 정부에서 장관·차관 또는 혁신책임관이다. 중앙 운영조직(PMO)은 민간의 경영혁신AX실, 정부의 혁신 총괄 사무국에 해당한다. 과제 제출 주체는 민간에서 임원 조직장(400여 개 조직), 정부에서 실장·국장(각 부처 실·국)이다. 과제 검증 기준인 난이도·실행 가능성·기대 효과는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고, 지표 환산과 기준 정렬 역시 민간의 KPI 수치화가 정부의 혁신과제 평가지표 표준화로 번역된다. 최종 승인은 민간의 CEO 승인, 정부의 장관·차관 보고·확정이 대응한다. 핵심 원칙도 같다. 민간이 “선언 아닌 측정 가능한 성과”라면, 정부는 “보여주기 아닌 실질적 업무 변화”다.

이 비교에서 드러나는 핵심은, 정부가 차용해야 할 것은 “AI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외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각 실·국이 자기 업무를 AI로 혁신하는 과제를 제출하고 수행하되, 그것이 부서별 선언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중앙에서 접수·검증·조정·점검하는 운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등장한다. 공공 AX에서 이 중앙 운영조직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AI 기술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인가, 아니면 정부 조직·혁신을 주관하는 부처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LG 그룹의 조직 구조 자체가 보여준다. LG그룹에는 LG CNS라는 그룹 차원의 IT서비스 전문 계열사가 있다. LG CNS는 LG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전체의 IT시스템 구축·운영, 클라우드 전환, AI·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 인프라를 총괄한다. AI 기술 역량을 집중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LG전자는 AX 과제의 검증·관리를 LG CNS에 맡기지 않았다. 대신 자사 내부에 경영혁신AX실을 신설했다. 각 임원 조직이 제출한 AX 과제를 접수·검증·지표화·기준정렬하는 기능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 설계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AI 기술을 보유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과, 각 조직이 AI로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과제를 관리하는 일은 다른 축이다. LG CNS는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조직이고, 경영혁신AX실은 그 기술 위에서 현업이 실제로 업무를 바꾸는지를 검증·관리하는 조직이다. 기술 공급자와 변화관리자는 구분된다.

LG전자 관계자도 “AI로 단기 성과를 창출하는 것보다는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AX의 본질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재설계다. 기술은 수단이고, 혁신 과제의 설계·검증·관리는 별도의 거버넌스 영역이다.

정부에서도 같은 구분이 적용되어야 한다. AI 기술 정책, 연구개발, 산업 진흥은 기술 정책 부처의 영역이다. 그러나 각 부처가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제를 제출하고, 그것을 검증·조정·점검하는 일 ─ 이것은 정부 조직과 혁신을 주관하는 부처의 영역이다. 제46조가 혁신책임관에게 부여한 임무 자체가 바로 이것이다. LG가 기술 전문 계열사(LG CNS)와 혁신 과제 관리 조직(경영혁신AX실)을 분리한 것처럼, 정부에서도 기술 정책 부처와 혁신 주관 부처의 역할은 분리되어야 한다.

여기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AI 기술은 기술 정책 부처 소관이니, 혁신 주관 부처는 AI가 아닌 분야의 혁신을 맡자”는 영역 분할이다. AI 업무와 비AI 업무를 나누고, 정부혁신 조직은 비AI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접근이다.

이 접근은 틀렸다고 본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AI 시대에 “비AI 혁신”이라는 영역은 점점 줄어든다. AI는 특정 업무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거의 모든 행정 업무의 수행 방식을 바꾸는 범용 기술이다.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민원 응대, 정책 시뮬레이션, 법령 검토 ─ AI가 닿지 않는 행정 영역을 찾기가 더 어렵다. “비AI 혁신만 하겠다”는 것은 곧 혁신의 핵심 지대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같다.

둘째, 더 근본적으로, AI 기술 정책과 AI로 인한 정부 변화관리는 다른 일이다. AI 원천기술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공공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기술 정책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 기술이 정부 안에 들어왔을 때 각 부처가 실제로 업무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 변화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지는지, 부처 간 편차 없이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관리되는지 ─ 이것은 기술 정책이 아니라 변화관리의 영역이다. 그리고 정부의 변화관리는 조직·혁신 주관 부처의 본업이다.

바로 여기서 LG전자의 경영혁신AX실 모델이 시사점을 던진다. LG전자는 AI 전환 기술을 추진하는 기능과 현업의 혁신 과제를 검증·관리하는 기능을 구분했다. 경영혁신AX실은 “AI가 아닌 분야의 혁신”을 맡는 조직이 아니다. 반대다. AI로 인한 업무 변화를 검증·관리하는 조직이다. 기술 추진과 변화관리가 나뉘어 있되, 변화관리 축이 PMO로서 AI 전환의 실질적인 과제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구조다.

이 구조를 정부에 적용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해볼 수 있다. 어떤 부처가 “AI로 민원 분류를 자동화하겠다”는 과제를 냈다고 하자. 혁신 사무국은 이 과제가 단순한 기술 도입 선언인지, 아니면 실제로 민원 처리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과제인지를 본다. 자동화 이후 담당 인력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는지, 기대 효과를 어떤 지표로 측정할 것인지, 6개월 뒤 실행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를 따진다. 그리고 다른 부처가 낸 유사 과제와 난이도·기대 효과를 비교해 기준을 정렬한다. 이 과정을 거친 과제만 장관·차관 보고에 올라간다. 경영혁신AX실이 LG전자에서 하는 일을 정부 맥락으로 옮기면 이런 모습이다.

여기서 예상되는 반론이 있다. “기술을 모르는 혁신 조직이 AI 과제의 질을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경영혁신AX실이 하는 일을 다시 보면, 이 조직은 AI 기술 자체를 심사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의 정확도나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의 난이도·실행 가능성·기대 효과라는 경영 관점에서 검증한다. 이것은 기술 심사가 아니라 과제 거버넌스다.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AI 기술의 적합성은 기술 정책 부처나 전문기관이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그 기술을 활용해 부처의 업무를 실제로 바꾸는 과제가 제대로 설계되었는지, 실행 가능한지, 측정 가능한 성과와 연결되는지를 보는 것은 기술 역량이 아니라 혁신 과제 관리 역량의 영역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LG전자의 경영혁신AX실은 AI 활용 사례가 아니다. 조직장 책임하의 혁신 미션을, 중앙 조직이 설계·검증·관리하는 거버넌스 모델이다. 정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번역할 수 있다. 혁신책임관이 제도적 앵커가 되고, 혁신 총괄 사무국이 실질적 PMO로서 과제 접수·검증·지표화·기준정렬·상정을 담당하며, 실장·국장이 자기 조직의 AX 미션 오너가 되고, 장관·차관이 최종 승인과 점검의 주체가 된다.

기술 정책 부처가 공공 AX의 기술 엔진을 돌린다면, 조직·혁신 주관 부처는 그 엔진 위에서 각 부처의 혁신 과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관리하는 운전석이 된다. 기술과 변화관리는 다른 축이고, 둘 다 있어야 AX가 완성된다.

정부가 공공 AX를 추진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AI를 도입했다”는 선언이 부서별로 흩어지는 것이다. 선언은 쉽다. 어려운 것은 그 선언이 실제 업무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고, 부처 간 비교가 가능한 기준으로 정렬하고, 책임 있는 승인 구조 안에 넣는 일이다.

LG전자는 그 일을 경영혁신AX실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정부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조직은, 이미 존재한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조직이 아니라, 기존 조직이 공공 AX의 변화관리라는 자기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LG전자 AX 평가 관련 기사: 매일경제 2026.4.16, 박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