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25년 관보에 실린 입법예고 37,330건 가운데 새 법령을 만드는 '제정'은 몇 %일까?
"법이 너무 많다, 해마다 쌓이기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법령 수가 한 방향으로 곧게 늘어나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에 자를 대고 앞으로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 여기는 습관, 로슬링이 말한 직선 본능입니다. 위 그림은 법제처의 현행 법령 목록(2026.09.28 공포분까지)을 책 1권 = 20건으로 쌓고, 표지 색으로 지금 모습이 언제 공포됐는지를 표시한 것입니다.
쌓인 양: 현행 법령 5,620건
법률 1,724건, 대통령령 1,986건, 총리령·부령 1,525건,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선관위·감사원 규칙 등 385건입니다. 법률 아래에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총리령·부령)이 딸린 구조라 대통령령이 법률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이 더미는 오래된 책만 쌓인 것이 아닙니다. 지금 모습이 2025년 이후에 공포된 법령이 3,427건, 61.0%입니다. 그중 1,791건은 다른 법령이 바뀌면서 함께 고쳐진 타법개정입니다. 가장 오래된 모습은 1950년 국세물납재산취급규칙입니다.
| 종류 | 현행 | 2026 | 2025 | 2020–2024 | 2010–2019 | ~2009 | 2025년 이후 |
|---|---|---|---|---|---|---|---|
| 법률 | 1,724 | 417 | 637 | 506 | 144 | 20 | 61% |
| 대통령령 | 1,986 | 781 | 602 | 434 | 152 | 17 | 70% |
| 총리령·부령 | 1,525 | 510 | 364 | 461 | 172 | 18 | 57% |
| 기타 규칙 | 385 | 63 | 53 | 150 | 80 | 39 | 30% |
흐르는 양: 해마다 1,778건을 예고한다
정부가 법령을 만들거나 고치려면 먼저 입법예고를 합니다. 관보에 실린 입법예고는 2005년 1,110건에서 2020년 2,400건까지 늘었고, 2005–2025년 평균은 한 해 1,778건입니다. 공고 건수로 치면 현행 법령 수의 32%가 해마다 예고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새 법령을 만드는 제정은 6.0%(한 해 평균 106건), 없애는 폐지는 0.5%이고, 92.7%는 있는 법령을 고치는 개정입니다. 법령의 일은 대부분 쌓는 일이 아니라 고치는 일입니다.
| 해 | 입법예고 | 제정 | 개정 | 폐지 |
|---|---|---|---|---|
| 2005 | 1,110 | 84 | 937 | 14 |
| 2008 | 1,589 | 156 | 1,396 | 30 |
| 2011 | 1,983 | 114 | 1,838 | 30 |
| 2014 | 2,130 | 121 | 2,001 | 5 |
| 2017 | 1,700 | 78 | 1,618 | 4 |
| 2020 | 2,400 | 168 | 2,211 | 4 |
| 2024 | 2,229 | 133 | 2,084 | 3 |
| 2025 | 880 | 39 | 840 | 1 |
| 2026 (1–9월) | 1,857 | 104 | 1,732 | 10 |
곧은 선도 아닙니다. 2024년 2,229건이던 입법예고는 2025년 880건으로 줄었다가, 2026년에는 1–9월에만 1,857건이 실렸습니다. 이 자료는 까닭까지 알려 주지 않지만, 법령의 양은 해마다 같은 기울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남는 문제
고치는 일이 많다는 것은 법령을 지켜야 하는 사람도 해마다 새로 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2025년 이후 지금 모습이 된 법령이 절반을 넘습니다. 예고는 몇몇 부처에 몰려 있습니다. 2020–2024년 입법예고 11,131건 가운데 상위 세 부처가 29.4%를 냈습니다.
| 부처 (2020–2024) | 입법예고 | 비중 |
|---|---|---|
| 행정안전부 | 1,278 | 11.5% |
| 국토교통부 | 1,271 | 11.4% |
| 기획재정부 | 720 | 6.5% |
| 보건복지부 | 637 | 5.7% |
| 해양수산부 | 524 | 4.7% |
| 환경부 | 504 | 4.5% |
| 교육부 | 446 | 4.0% |
| 산업통상자원부 | 417 | 3.7% |
이 그림에 없는 법령도 많습니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은 정부 입법예고를 거치지 않고, 훈령·예규·고시 같은 행정규칙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규칙은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법령이 얼마나 늘었는지 해마다 비교하려면 연도별 현행 법령 수가 함께 공개돼야 합니다.
그래서
"법은 늘어나기만 한다"는 그림은 쌓인 양과 흐르는 양을 섞어 봅니다. 쌓인 법령은 5,620건이고, 해마다 그 32%만큼이 예고되지만 새로 쌓이는 것은 그 가운데 6%입니다. 규제와 법령을 줄이자는 논의도 건수보다 무엇을, 얼마나 자주 고치는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지켜볼 숫자
이 장의 숫자에서 희망을 말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지켜볼 숫자는 입법예고 가운데 제정의 몫 6.0%와 해마다 관보에 실리는 입법예고 평균 1,778건입니다.
읽을 때 주의할 점
- 현행 법령 목록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 공유서비스의 현행 법령(2026.09.28 공포분까지)이다. 공포됐지만 아직 시행 전인 법령도 들어 있다. 행정규칙(훈령·예규·고시)과 자치법규는 빠져 있다.
- 표지 색은 법령이 처음 만들어진 해가 아니라 지금 모습(마지막 제정·개정)이 공포된 해다. 이 목록으로는 법령이 처음 제정된 해나 폐지된 법령 수를 알 수 없다.
- 입법예고는 행정안전부 관보 입법예고 API의 공고다. 예고된 안이 모두 공포되는 것은 아니고, 국회의원 발의 법률과 예고를 생략한 경우는 들어 있지 않다. 한 공고에 여러 법령이 묶이기도 한다.
- 제정·개정·폐지는 공고 제목의 낱말로 나눴다(제정이 들어 있으면 제정, 그다음 폐지, 개정 순). 어느 낱말도 없는 공고(293건, 재입법예고·취소 등)는 기타로 두었다.
- 관보 입법예고는 2003년 284건, 2004년 818건으로 그 뒤보다 크게 적어 수록이 덜 된 것으로 보고 평균에서 뺐다. 2026년은 1–9월이다.